용인이혼전문변호사 [이기수 칼럼] ‘검찰짓’ 공수처, 이름 빼고 다 바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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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질수록, 권력 냄새 진동한다. 김건희가 또 등장한다. 2021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범 이종호를 변호한 공수처 2부장검사(송창진)가 2023년 채 상병과 김건희 디올백 수수 사건을 수사한다. 이종호가 누군가. 검찰의 도이치 수사 개시 직후 김건희와 수십번 통화하고,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 구명로비 수사선상에도 오른 이다. 그 부장검사가 2024년 이종호와의 연을 국회서 위증하고, ‘윤석열의 (외압설) 통신기록’ 압수수색 영장 청구를 막았다는 거 아닌가. 지난해 2~3월엔 1부장검사(김선규)가 “(4월)총선 전에 채 상병 사건 관련자를 소환하지 말라”고 지시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집권당을 편든 꼴이다. 두 검사는 윤석열 밑에서 일한 직연(職緣)이 있다. 그 ‘친윤 부장’ 위증 수사를 공수처장은 해태했고, 수사 방해에 또 무기력했다. 특검의 칼날 위에 선 오 처장의 수사 방향·수위와 별개로, 드러난 이 만큼으로도, 공수처가 존재 이유로 삼을 ‘독립성’과 ‘성역없음’은 무너졌다.
가뜩이나 낙제점이다. 아니, 유명무실했다. 공수처는 검사·판사와 경무관 이상 경찰 고위직 범죄는 직접 기소할 수 있다. 하나, 5년 간 재판에 넘긴 건 6건 뿐이고, 대법원 판결 난 3건은 무죄(2건)와 선고유예(1건)였다. 청구한 구속영장도 8건 뿐, 내란 사건 2명(윤석열,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을 빼곤 다 기각됐다. 정치인·언론인 무차별 통신조회로 문제 일으키고, 공수처에서 함흥차사 된 실세 사건은 또 한둘인가. 성적 매길 것도 없이 ‘F’다. 왜 이럴까. 사람이 없어서, 수사역량이 달려서, 신생 조직의 어려움일 거라 했었다. 근데, 그것만이 아니었다. 권력자 앞에서 칼이 휘거나 서고, 인권 수사 어기고, 내부 거악(巨惡)에 눈감은 ‘검찰짓’이 공수처에서 저리 벌어질 줄 누가 알았는가.
2023년 신년 시무식이 회자된다. 초대 공수처장 김진욱이 나치에 맞서다 히틀러 정권에 처형당한 독일 목사의 시(선한 능력으로)를 소개하고, 그 찬송가 부르다 꺽꺽 소리내며 울었다. 되는 것 하나 없는 속앓이였을까. 그해 12월에 만난 김진욱은 채 상병 수사를 운명처럼 받아들였다. 그러면서, 임기 다 된 공수처장 후임 인사를 왜 안 하는지 답답해했다. 그 불길한 예감은 곧 현실로 닥쳤다.
‘핍박의 벽’ 윤석열이었다. 검찰총장 때 눈엣가시로 보고, 대선후보 때 “3류·폐지” 운운하더니, 대통령 윤석열은 그의 격노설 수사하는 공수처의 인사를 세웠다. 임기 3년인 검사 4명의 연임 신청을 두달째 끌고, 검사 7명 임용은 끝내 도장 찍지 않았다. 2기 공수처장 인사는 여권이 민 김태규(전 방통위 부위원장)로 해보려다 5달 지체했다. 한번도 정원을 채우지 않은 인사로 공수처 힘 빼고 목을 조른 격이다. 내란 수괴 윤석열은 법원이 발부한 공수처 체포영장과 조사도 거부했다. 윤석열 시대, 공수처는 인사·조직·수사가 악순환한 빌 ‘공’자 공수처(空搜處)였다.
공수처 담론은 1996년 시민사회의 ‘부패수사 전담 독립기관’ 창설 제의로 시작됐다. 2001년 부패방지법 제정 후 ‘검찰의 기소독점 폐해를 견제하는 기구’로 논의가 확장됐고, 2016년 홍만표(수임비리)·진경준(스폰서)·우병우(국정농단 방조·황제 조사)·김대현(갑질)의 검란(檢亂)급 패악질에 힘 받아, 2019년 입법 후 2021년 1월 공수처가 출범했다. 검찰을 견제·수사하라 했더니 그 괴물을 닮아버린 것, 역사적 소명과 소금맛을 잃은 수사기관은 또 괴물이 될 수 있다는 것, 선의로만 작동되는 조직은 없다는 것, 공수처 5년이 남긴 산경험이다.
2025년 11월, 공수처는 있어도 없다. 뭘 해도 기대치 낮고, 수사 받아도 쳐다보는 이 없다. 형사사법체계 개편 속에서도 공수처는 곁방 신세다. 누굴 탓할 텐가. 번뜩이는 칼, 서슬퍼런 포청천의 얼굴, 쾌도난마 속도를 잃은 공수처가 자초한 일이다. 그럼 어쩔 건가. 바로세워야 한다. 사람·조직·법·제도 다 예외 없다. 단, 동네북 된 오늘을 반성하고, 진솔히 사과하고, 환골탈태를 다짐해야 한다. 더 갈지 세울지 키울지 가를 분기점도 그것이다. 공수처는 처음 가는 길이다. 식물 공수처, 검찰짓하는 공수처, 이름만 빼고 다 바꿔야 한다.
토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이 디즈니플러스의 손을 잡고 일본에 진출한다. 포화 상태인 국내 OTT 시장을 넘어 해외 시장에서 ‘K-콘텐츠’에 이은 ‘K-OTT’ 성공기를 쓰는 것이 이들의 목표다.
티빙은 글로벌 OTT 디즈니플러스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일본 디즈니플러스 서비스 내에 ‘티빙 컬렉션 온 디즈니플러스’(티빙 컬렉션)를 공식 출시한다고 4일 밝혔다. 디즈니플러스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자사 플랫폼 내 로컬 OTT 브랜드관(전용관)을 개설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5일부터 서비스되는 티빙 컬렉션은 일본 이용자가 티빙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날 수 있는 공식 허브가 된다. 티빙 오리지널 히트작부터 모회사 CJ ENM의 대표 흥행작들이 순차 공개될 예정이다. 티빙은 글로벌 진출에 맞춰 오리지널 시리즈 <친애하는 X>를 한국과 일본 등 총 19개국에서 동시 공개하기로 했다.
토종 OTT의 해외 진출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오래전 포화 상태에 접어들며 성장이 둔화된 국내 OTT 시장 상황에서 해외 진출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넷플릭스 독주 체제가 수년째 이어지는 가운데 티빙, 웨이브 등은 매년 수백억원대 적자를 내고 있다.
왓챠는 2020년 9월 국내 OTT 중 처음으로 일본에서 독립 플랫폼을 통해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웨이브는 이보다 앞선 2017년 K엔터테인먼트 플랫폼 ‘코코와플러스’를 출시, 미국·캐나다 등 미주 지역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데 이어 지난해엔 콘텐츠 제공 지역을 유럽·오세아니아로 넓혔다.
그러나 전 지구적 성공을 거둔 K-콘텐츠와 달리 이들 K-OTT는 가입자 규모나 수익성 면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넷플릭스, 아마존 프라임 등 막강한 자본력으로 무장한 글로벌 OTT와의 경쟁에서 힘을 쓰지 못한 탓이다. 설상가상 국내 상황도 악화돼 왓챠는 현재 기업 회생 절차를 밟고 있으며, 웨이브는 티빙과의 합병을 통한 재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티빙의 일본 진출은 자체 플랫폼 출시로 승부수를 던진 두 서비스와 달리 이미 현지 영향력을 확보한 글로벌 OTT와 손을 잡았다는 데 차별점이 있다. 디즈니플러스 내 전용관을 통해 인지도를 높인 뒤 향후 직진출까지 노리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최주희 티빙 대표는 “일본에서 강력한 존재감과 오랜 역사를 가진 디즈니와의 파트너십은 티빙 콘텐츠를 현지 시청자에게 가장 효과적으로 선보일 수 있는 기회”라며 “앞으로도 매력적인 K-콘텐츠를 전 세계 더 많은 글로벌 고객들에게 선보여 국내 1위를 넘어 글로벌 K-OTT 플랫폼으로 도약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올해로 창립 5주년을 맞은 티빙은 올해를 글로벌 진출 원년으로 삼았다. 일본을 시작으로 아·태 지역과 북·남미 진출까지 보폭을 넓힌다는 계획이다.
대기업 CEO를 ‘외계인’으로 확신하며 납치한다. 머리카락은 다른 외계인과의 ‘교신 수단’이니, 두피가 드러나게 밀어버린다.
장준환 감독의 <지구를 지켜라!>(2003)가 보여준 독창성은 이 두 문장만으로도 설명이 된다. 어디서 본 적 없는 희한한 설정에 외계인과 인간, 자본가와 노동자의 갈등을 음울하게 버무린 작품은 당시 7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는 실패했다. 하지만 평단의 호평을 받으며 2000년대 한국 영화계의 ‘비운의 명작’으로 오래 회자됐다.
이 명작이 할리우드에서 새 생명을 얻었다. 5일 개봉하는 <부고니아>는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신작이자 <지구를 지켜라!>의 리메이크작이다. <유전>의 아리 애스터 감독이 영화에 대한 애정으로 공동제작을 맡았고, HBO 시리즈 <석세션>의 작가 윌 트레이시가 시나리오를 썼다.
‘자신과 가족을 둘러싼 불행을 설명할 길이 없는 청년이 지구를 망치러 온 외계인이 있다고 굳게 믿으며 벌이는 납치극.’ 란티모스 감독은 20여년이 흘렀는데도 낡지 않고 신선한 설정에 오늘날의 시대상을 담아낸다. ‘부고니아’는 그리스어로 죽은 소의 사체에서 벌이 생겨난다고 여긴 고대의 잘못된 믿음을 뜻한다.
납치를 자행하는 주인공, 테디(제시 플레먼스)는 허위정보에 확신을 가지는 음모론자의 모습을 보인다.일반 사람과 똑같이 생긴 ‘외계인’을 구분해낼 수 있다고 확신하는 건, 원작의 병구(신하균)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기괴한 기계가 달린 헬멧을 쓰고 공상과학적 헛소리를 늘어놓는 병구는 자기만의 세계의 빠진 신뢰하기 어려운 인물로 보인다.
테디는 다르다. 물류센터 노동자이자 양봉가인 그의 언어는 논리정연하고, 겉보기에도 이상하지 않다. 병구의 납치 파트너 순이(황정민)가 사랑하기 때문에 병구를 이해한다면, 테디는 적극적으로 자신의 사촌 동생 돈(에이든 델비스)을 말로 가스라이팅한다.
“아무 것도 잘못되지 않은 어릴 때가 그립지 않니. 자유로워지고 싶지 않니.” 그는 더 불행하지 않기 위해서는 외계인을 잡아와야 한다고 논리를 편다. 돈이 주춤할 때면, ‘겁나냐’며 그의 남성성을 자극해 행동하게 한다. 테디는 거듭 ‘세상이 우리에게 잘못했으니, 우리는 이래도(범죄를 저질러도) 된다’는 식의 생각을 합리화하는데, 그 극단적인 사고 방식은 2025년의 우리에게 낯설지 않은 것이기도 하다.
이어 영화는 납치를 당하는 CEO의 성별을 반전시킨다. 화학 약품 회사의 남성 사장 강만식(백윤식)은 생명 바이오 기업 여성 CEO 미셸(엠마 스톤)이 된다. <가여운 것들>(2024) 등 란티모스 감독과 다섯 작품째 함께하고 있는 엠마 스톤이 그를 연기하며 삭발 투혼을 벌였다.
미셸은 만식보다 교묘한 인물이다. 만식은 자신의 회사가 유출한 독극물에 병구의 어머니가 식물인간이 됐음에도 병구가 벌인 1인 시위에 눈 하나 깜짝 않는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은 곧 계급이다. 그 꼭대기의 만식에게 ‘산업재해 따위’는 영향을 미칠 수 없다.
2025년 <부고니아> 속 CEO는 만식보다는 나아졌다. 미셸은 테디의 어머니가 식물인간이 되자, 테디 앞에서 정중히 사과하고 치료비를 전액 부담할 것을 약속한다. 생체실험을 하면서도 기술력으로 ‘지구를 더 낫게 만들겠다’고 말한다. CEO의 태도가 달라졌음에도 병구와 테디가 결국 같은 선택을 한다는 건, 번지르르한 말이 늘었을 뿐 세상은 그대로 엉망이라는 걸 보여주는 듯하다.
각자의 논리를 탑재한 테디와 미셸을 주인공으로 한 <부고니아>는 철학적인 토론극처럼 보이기도 한다. <지구를 지켜라!>의 잔혹동화와 같은 순수함이 선사했던 키치함은 사라졌다. 대신 철학적인 대화와 웅장한 오케스트라 음악이 장엄하고 묵시록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5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 1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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