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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흥신소 황금 왕관·황금 골프공·제트기까지…트럼프가 올해 받은 선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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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또또링2   조회Hit 0   작성일2025-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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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흥신소 에어포스원과 핵 발사 코드를 가진 사람에게는 무엇을 선물해야 할까.
    CNN은 30일(현지시간) 외교적 선물에 대한 난제는 지난 수십년 동안 외국 지도자와 특사들을 괴롭혀 왔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집권한 지금만큼 심한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약 9개월 동안 받은 선물들은 알려진 것만 16개에 달한다. 황금 삐삐, 황금 투구, 황금 왕관 등 상당수가 황금으로 만들어진 것들이다. CNN은 아첨에 약하고 황금에 매료된 트럼프 대통령의 환심을 사기 위해 각국 정상들이 보낸 선물에는 터무니없고 섬뜩한 것까지 있다고 전했다.
    CNN은 이러한 선물은 무역·안보 협정에서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 각국 정상들이 신중하게 선택한 것들이라고 말했다. 자신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취향을 잘 알고 존중한다는 것을 알림으로써 호의를 얻기 위한 방편이란 것이다.
    미국 대통령이 받은 선물은 원칙적으로 미국 국민에게 주는 선물로 간주돼 국가 자산으로 귀속된다. 미국 총무청(GSA)은 480달러를 초과하는 해외 선물을 받으면 60일 이내에 신고하도록 하고 있으며, 이 액수를 초과하지 않는 선물만 대통령이 개인적으로 소유할 수 있다. 선물을 갖고 싶다면, 대통령은 공정한 시장가격으로 GSA로부터 되살 수 있다. 대통령이 직접 보관하지 않는 선물 대부분은 국가기록보관소로 이관돼 대통령 도서관 박물관의 소장품 일부가 된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1기 행정부 시절인 2017~2019년 일본 총리가 준 황금 골프채,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준 칼과 단검 등 25만달러에 달하는 100건 이상의 외국 선물을 보고하지 않은 사실이 감사에서 뒤늦게 적발되기도 했다.
    다음은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취임 후 받은 선물들 중 일부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가장 먼저 만난 해외 정상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였다. 네타냐후 총리는 2월 4일(현지시간) 황금 삐삐를 선물했다. 이는 이스라엘이 지난해 레바논에서 헤즈볼라에게 ‘삐삐 테러’ 작전을 수행할 때 썼던 것과 똑같은 모델이다.
    그로부터 사흘 뒤인 7일에는 이시바 시게루 일본 전 총리가 자신의 고향에서 제작된 황금 사무라이 투구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선물했다. CNN은 “세계 각국 정상들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황금’을 선물하는 패턴이 나타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이어 같은 달 28일에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자국 권투선수인 올렉산드르 우시크가 지난해 세계복싱선수권대회(WBC)에서 획득한 챔피언 황금 벨트를 선물로 가져왔다. 그러나 ‘외교참사’로 비화된 당시 정상회담 때문에 이 황금 벨트 선물은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일부 국가는 매년 같은 선물을 가져오는 ‘전통’을 만듬으로써 선물 선택의 부담을 피할 수 있었다. 아일랜드의 성인을 기념하는 ‘성 패트릭의 날’을 맞아 미켈 마틴 아일랜드 총리는 3월12일 세잎 클로버 화분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선물했다.
    같은 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스티브 위트코프 미국 특사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초상화를 선물했다. 러시아 화가가 그린 이 작품은 펜실베니아에서 선거 유세 도중 피격을 받은 트럼프 대통령이 주먹을 불끈 쥐고 승리 포즈를 취하고 있는 순간을 담았다.
    주말마다 골프를 즐기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골프용품은 검증된 선물로 자리잡았다. 캐나다의 마크 카니 총리는 G7 정상회의를 위해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골프용품과 모자를 선물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받은 선물 중 가장 큰 논란을 불러일으킨 것은 카타르가 새 에어포스원으로 쓰라고 선물한 보잉 747이다. 가격이 4억달러로 추산되는 이 제트기는 선물이라고 하기에 너무 비싸 ‘뇌물’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선물을 트럼프 대통령 도서관 재단에 기증할 것이라고 밝혔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6월5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과의 개인적 유대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독특한 접근법을 택했다. 독일계 이민자의 후손인 트럼프 대통령에게 할아버지의 독일 출생 증명서 사본을 선물하면서, 조상의 땅을 방문해 달라고 초청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어머니 고향인 스코틀랜드도 비슷한 선물을 택했다. 7 28일 존 스윈니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어머니 메리 앤의 상세 정보가 담긴 1921년 인구조사 기록을 선물했다.
    8월18일 젤렌스키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두번째 만남은 다행히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 치러졌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첫번째 회동이 파국으로 끝난 후 두번째 회동을 위해 ‘검증된’ 선물인 골프채를 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골프채를 들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영상으로 촬영했다.
    알래스카 회담으로부터 일주일 뒤인 8월22일 푸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회담 당시 자신과 트럼프 대통령이 나란히 서 있는 사진을 선물로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 사진을 기자들에게 보여주며 “그가 보내준 게 정말 고마웠다”며 “사인을 해서 다시 보내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찰스 3세 영국 국왕은 9월17일 국빈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독립선언 250주년을 기념하는 수제 가죽 제본 책을 선물했다.
    금전적 가치는 없어도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바를 정확히 꿰뚫는 선물도 있다.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10월14일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금테로 장식된 노벨평화상 후보 추천서를 선물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0억달러 규모의 구제금융 지원으로 화답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10월28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사용했던 퍼터와 메이저대회 우승자 마츠야마 히데키가 사인한 황금 골프공을 선물했다.
    바로 다음날 한국 정부는 고대 신라 금관 복제품을 선물했다. 이 선물을 특히 마음에 들어한 트럼프 대통령은 에어포스원에 직접 싣고 가겠다고 문의한데 이어, 백악관 집무실 내 어디에 둘지 장소까지 미리 정해놨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한국의 금관 선물은 트럼프 대통령의 권위주의적 통치 방식을 규탄하는 ‘노 킹스’(No Kings·왕은 없다) 시위와 맞물려, 미국 내에서 풍자의 소재가 되고 있다. 미국 유명 정치 풍자 프로그램인 <더 데일리 쇼>는 29일 “정말 사려깊은 선물”이라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우리는 지금 대통령이 왕 놀음에 빠지지 않게 하느라 애쓰고 있는데 당신들이 와서 ‘이 멋진 왕관 좀 써보세요’라고 했다”며 “그냥 돈자루나 주라”고 말했다.
    10월이 왔다. 놀러 갔다 오겠다며 문을 나선 네가 돌아오지 않는데 세 번째 10월이 찾아왔다. 새파란 하늘이 눈앞에 선명한데 너를 볼 수 없다. 쌀쌀한 바람이 살갗에 스미는데 너를 만질 수 없다. 초가을 냄새가 코끝을 스치는데 너를 맡을 수 없다. 너를 앗아간 10월, 몸이 저미고 입술이 부르트고 숨이 막혀오는 10월이 그리운 너를 몰고서 어김없이 찾아왔다.
    2022년 10월29일 서울 이태원의 좁은 골목에서 159명의 별이 스러지고 3년이 지났다. 1000일이 넘는 시간 동안 유가족들은 거리에서 광장에서 물었다. 내 사랑하는 사람이 왜 돌아오지 못 했느냐고. 그 외침 중에 정권이 바뀌었고 10·29 이태원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출범했다. 유가족들이 3년 만에 맞이한 10월의 풍경도 달라졌을까. 경향신문은 이태원참사 유가족 8명을 만나 이들이 겪어온 10월을 함께 그려봤다.
    ■그리움은 세월만큼 쌓여간다
    지난 25일 이태원 참사 3주기 추모 행진 행렬에 선 김진성씨(50)의 휴대폰이 울렸다. 조카 수정이가 보낸 커피 교환권의 유효기간이 곧 만료된다는 알림이 떴다. 화면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진성씨가 유효기간 연장 버튼을 눌렀다. 딸처럼 키운 조카는 3년 전 오늘 이태원에서 돌아오지 못했다. 그 뒤로 진성씨는 3개월마다 수정이가 준 마지막 선물의 만료 시점을 유예하고 있다. “그리움이 쌓인다는 말 알아요? 매년 생일날, 기일날이 다가오면 아픔이 그만큼 누적돼요. 시간이 지나면 상처가 아물고 잊어야 하잖아요. 근데 그게 안돼요. 딸 같은 내 새끼 보낸 곳 밟을 수 없어서 아직 골목 근처도 못 가요.”
    이숙자씨(54)도 딸 가희와의 이별을 유예하고 있다. 2022년 9월 숙자씨는 꽃게탕을 좋아하는 가희를 위해 꽃게 다섯 마리를 샀다. 세 마리를 끓여 먹고 남은 두 마리는 가희가 두 친구와 서울에서 놀고 돌아오는 날 마저 끓여주기로 했다. 들뜬 얼굴로 대전에서 이태원으로 떠난 가희는 서울 종로구 강북 삼성병원 영안실에서 흰 천에 덮인 채 돌아왔다. 그날 이후 숙자씨의 냉장고 냉동실 안쪽엔 3년째 꽃게 두 마리가 남아 있다. “못 먹겠죠. 하지만 버릴 수도 없어요.” 중환자실에서 떠나는 날까지 차마 ‘잘 가’라는 한 마디 못 건네고 두 손 꼭 붙들었던 가희와의 기억이 사라질 것 같아서 숙자씨는 철 지난 꽃게를 버릴 수가 없다.
    3년이 지났지만 유가족들의 시간은 멈춰있다. 10월의 찬 바람이 불면, 응급차 사이렌 소리가 들리면, 몸이 굳고 잠에 들 수 없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안면마비가 찾아오고 “온몸이 칼로 저미듯이” 아려온다. 아이의 등을 쓰다듬던 감촉, 목욕탕에서 등을 밀어주던 아이의 손길, “엄마 라면 먹지 좀 마”라며 건강을 걱정하던 아이의 잔소리가 3년이 지나 더욱 선명해진다. 숙자씨가 말했다. “10월이면 단풍도 피고 사람들이 여행도 가잖아요. 우린 그럴 수 없어요. ‘살 사람은 살아야지’라고 하는데 죽을 때까지 삶은 없다고 봐요. 우린 항상 그날에 있는 거예요.”
    진성씨는 매주 수정이를 보러 납골당을 찾는다. 예쁜 나이에 간 조카에게 예쁜 것만 주고 싶어 때마다 백화점에 들러 꽃다발을 산다. 3년간 매주 꽃을 사는 진성씨의 사연을 알게 된 직원은 이제 납골당에 넣을 수 있도록 말없이 꽃을 짧게 잘라준다. 그 꽃을 건네며 진성씨는 말한다. “수정아, 다음 생엔 내 딸로 태어나줘.” 이들에게 10월은 여전히 헤어짐의 계절이 아니다.
    ■그날의 분노는 외로움이 됐다
    더 큰 참사는 죽음 이후 시작됐다. 정부는 참사를 ‘사고’로 희생자를 ‘사망자’로 표기했다. 경찰은 희생자들이 남긴 물건에 마약 성분이 있는지 검사했다. 유가족의 동의를 받지 않은 채 희생자들의 계좌를 추적했다. 참사의 책임자로 지목된 이들은 자기 자리를 지키는 데 급급했고 일부 정치인들은 “놀러 가서 죽었다”며 희생자들을 공격했다. “피해자를 움츠러들게 만든 가혹하고 혹독한 정부”가 곧 참사였다.
    광주에 사는 김영백씨(64)는 3년 전 10월30일 새벽 아들 재강이를 찾아 서울 곳곳을 헤맸다. 지인들에게 연락을 돌려 마흔 곳이 넘는 병원에 연락했다. 순천향대병원에서 잠든 듯이 흰 천에 덮여 있는 재강이를 마주한 건 다음날 오후 4시쯤이었다. 경찰은 그로부터 30분쯤 뒤 처음 연락해 재강이의 소식을 알렸다. 지침도 지원도 없어 영백씨는 직접 구급차를 빌려 아들을 광주로 옮겼다. 무엇이라도 알고 싶어 뉴스를 보면 아이들을 탓하는 말들이 쏟아졌다. “슬픈 마음에서 계속 더해져요. 분노, 배신감, 허탈함. 또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불안감.” 식사할 땐 늘 아빠의 옆에 앉던 재강이의 자리는 비어버렸는데 아들이 왜 떠났는지 설명해주는 국가는 없었다. 영백씨는 끝내 외로워졌다.
    임익철씨(69)도 이태원에서 아들 종원이를 떠나보냈다. 정부는 유가족들의 동의도 받지 않고 합동분향소를 차렸다. “위패도 사진도 없이 국화꽃만 한 무더기”인 분향소에서 익철씨는 자신과 같은 유가족을 찾았다. 인터뷰를 요청한 일본 기자에게 “여기에 나처럼 자식 잃은 사람이 또 오지 않았냐”며 연락처를 남기기도 했다. 익철씨는 이후 민주당이 연 유가족간담회에서 처음 8명의 유가족을 만났다. 다른 유가족들도 익철씨처럼 무작정 분향소와 시민단체 행사를 헤맨 끝에 서로를 만났다. “우리는 피해자인데, 위로받아도 시원찮은 사람인데 이렇게 힘들게 나서는 것이 맞나요.”
    영백씨는 재강이의 49재 때 아들에게 편지를 썼다. “재강아, 무능하고 무책임한 세상에서 그동안 살아오느라 고생많았다. 불안전한 이 세상 미련두지 말고 안전한 곳에 가서 못다 한 꿈 마음껏 펼치거라.” 안전한 세상에서 재강이를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리며 영백씨는 아들의 빈 자리 곁을 지킨다.
    ■여전히 무엇도 달라지지 않았다
    유가족에겐 “국가라는 울타리가 없었다”. 그래서 싸우기로 했다. 뿔뿔이 흩어진 이들이 알음알음 모여 유가족협의회를 만들었다. 장사를 하고 직장에 다니고 집안을 돌보던 평범한 사람들이 언 땅에 머리를 대고 누웠다. 뙤약볕이 내리쬐는 도로 위에서 삼보일배를 했다. 아이의 영정 사진을 끌어안은 채 머리를 밀었다. “그 꼴이 꼭 짐승 같아”도 힘들지 않았다. “내 가족이 아팠던 것을 생각하면” 아프지 않았다고 했다. 그렇게 온몸으로 통과시킨 특별법에 윤석열 정부는 거부권을 행사했다. 집회를 열면 이태원엔 없었던 경찰 수백 명이 유가족을 에워쌌다. “소리를 냈으면 메아리가 돌아와야 하는데, 그래야 ‘우리가 이렇게 싸우고 있다’고 아이에게 떳떳하기라도 할 텐데” 돌아오는 답이 없어 공허하고 허탈했다.
    유형우씨(55)는 지칠 때마다 딸 연주에게 말을 걸었다. “연주야, 아빠가 너무 힘든데 네가 좀 도와주면 안돼?” 그러면 희한하게도 궂은 날씨가 개고 더위를 식히는 소나기가 내렸다고 유씨는 말했다. 7번 실패해도 8번째에 성공하는 딸이었다. “경찰관이 되려면 경험을 다양하게 해야 한다”며 갖가지 아르바이트를 하고 1년치 계획을 세워놓는 연주였다. 그런 딸에게 형우씨는 “최고가 되는 것보다 최선을 다하는 네 모습이 좋다”고 말했다. 길에서 싸우는 형우씨에게 “아빠 바라기” 연주도 똑같이 말해주는 것 같았다. 최선을 다하는 유가족들을 힘껏 도와주는 것 같았다. “보이지 않아도 옆에 있는” 연주와 함께 형우씨는 지난 3년을 싸워왔다.
    그리고 지난해 12월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은 불법계엄을 선포했다. 형우씨는 한밤중에 일어난 참사와 계엄선포가 서로 연결됐다고 생각했다. “이태원참사 때 생명과 인간의 존엄성을 인지하지 못한 정권이 국민들을 다 죽이려고 한 거예요. 권력에 대한 욕심이 참사에 대한 책임 회피로, 내란으로 이어진 거죠.” 유가족들은 광장의 시민들에게 주먹밥을 나눠주고 탄핵을 외쳤다. 그 사이 특별법이 통과됐고 정권이 바뀌었다. 특조위가 출범했다. 주변 사람들은 “이제 다 끝난 것 아니냐”고 물었다. 유가족들은 “듣지 않는 정부에서 들어주는 정부로 바뀌었을 뿐”이라고 말한다. 당시 책임자의 자리에 있었던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 윤희근 경찰청장은 수사 단계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고 김광호 서울경찰청장과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지난해 10월 1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함일송씨(45)는 “유가족에겐 ‘해결’이란 없다”고 말했다. 일송씨는 이태원에서 동생 영매를 잃었다. 남매의 어머니는 일송씨가 12세, 영매가 9세 때 심장병으로 세상을 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버지도 돌아가셨다. “엄마 아빠 몫 다해서 오래오래 살겠다”던 야무진 동생은 9살짜리 아들을 남겨두고 떠났다. 지난 25일 참사 3주기 추모식 무대 위에 오른 일송씨는 마이크를 꾹 쥐고 말했다. “자기 국민을 죽인 국가가 죄인입니다. 타국의 국민을 죽인 국가가 죄인입니다. 상 줄 사람 상 주고 벌 줄 사람 벌 주세요. 상식 있는 국가를 만드시길 바랍니다.” 그날의 진실과 책임이 밝혀질 때까지 유가족은 싸우고 외치기를 멈출 수 없다.
    ■기억이 살아날 수 있도록
    딸 예진이를 떠나보낸 박지연씨(53)의 하루는 단조롭다. “아침에 일어나서 ‘예진아 안녕, 잘 잤니?’ 물어요. 밥 먹을 땐 밥 먹었냐고, 아픈 데는 없냐고 또 물어요. 자기 전엔 ‘예진아 잘자’하고 인사해요. 대답은 없고 들어주는 사람도 없지만 마지막 인사를 못 했으니까 그냥 인사를 열심히 해요. 나머진 시간을 때우는 거예요.” 아들 남훈이를 잃은 박영수씨(58)의 하루도 비슷하다. 명절날 울리는 안부 연락도, ‘보상금은 얼마 받았느냐’는 식의 질문도 지겨워 그저 다른 유가족들을 만나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눈다. 유가족들은 “목표도 없고 미래도 없다”고 말한다. 진실이 드러나고 책임자가 처벌을 받아도 사랑하는 사람은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런데도 유가족들은 말한다. 사람은 살아날 수 없지만 기억은 살아날 수 있다고. 기억이 살아나면 다시는 생명을 함부로 잃지 않는 세상으로 나아갈 수도 있다고. 그래서 유가족들은 기억한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찾아와 분향소를 밤낮으로 지켜주던 시민들, 손 붙들고 같이 울어주던 사람들, 추모 공간에 찾아와 아이들의 얼굴을 찬찬히 살펴보던 눈길들, 가방에 달려 있던 보라색 리본들을 기억한다. 그 연대의 기억 덕분에 유가족들은 “버티고 숨 쉴 수 있었다”고 말한다. 지연씨가 말했다. “죽음은 잊히는 거잖아요. 하지만 적어도 저한테 우리 아이는 여전히 살아가고 있는 아이예요. 시민분들이 기억해주신다는 건 내 안에 우리 아이가 살아있다고 얘기해주는 거예요. 그 기억들이 저한텐 삶의 희망이에요.”
    돌아와야 할 사람이 돌아오지 않은 10월에 유가족은 상상한다. 아이의 예쁜 손과 커다란 품과 사랑스럽던 잔소리를 상상한다. 다시는 참사가 일어나지 않는 세상을 상상한다. 모든 사람이 무사히 돌아올 그 날로 가기 위해 세 번째 10월에도 유가족들은 문을 열고 세상 밖으로 나간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러시아 석유기업 제재로 러시아산 원유 의존도가 높은 헝가리가 직격탄을 맞자,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가 미국을 방문해 담판에 나선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이번 담판을 반드시 성사시켜야 하는 그가 트럼프 대통령과의 친분 외교로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2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날 시야르토 페테르 헝가리 외무장관은 오르반 총리가 다음 주 워싱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러시아 석유회사 제재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탈리아를 방문 중인 오르반 총리는 같은 날 이탈리아 매체 ‘라 레푸블리카’와 인터뷰에서 “헝가리를 위한 해결책을 찾아보려 한다”고 말했다.
    헝가리는 원유와 천연가스 수입의 대부분을 러시아에 의존한다.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면 침공을 감행한 후 대부분 유럽연합(EU) 국가들은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를 급격히 낮췄지만, 헝가리는 오히려 러시아로부터의 에너지 구매를 늘렸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2일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논의하기 위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취소하고, 러시아 대형 석유기업 두 곳과 자회사 30여 곳에 대한 제재를 단행하면서 헝가리가 직격탄을 맞게 됐다.
    블룸버그통신은 헝가리 정부는 “내륙국가인 만큼 러시아산 석유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해왔지만 실제로는 크로아티아를 거쳐 아드리아해와 연결되는 대체 송유관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오르반 총리는 최근까지 비용과 용량 문제를 들어 해당 노선을 축소 평가해왔다. 그러나 크로아티아 측은 “이 송유관은 헝가리와 슬로바키아 두 나라 모두에 충분한 공급이 가능하다”고 반박했다. 슬로바키아 역시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EU 회원국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대러 제재를 발표한 직후 매트 휘트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주재 미국대사는 “헝가리는 주변국들과 달리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를 줄이려는 구체적 계획이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크로아티아 등 주변국들과 함께 러시아 의존을 낮추도록 지원하겠다“고 했다.
    미국의 대러시아 제재가 헝가리에 적용될 경우 오르반 총리는 국내 정치적으로 위기를 피하기 어렵다. 2010년 5월부터 장기 집권해온 그는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있다. 미·러 정상회담 장소가 부다페스트로 정해지며 “평화로 가는 길은 부다페스트로 통한다”라는 메시지를 세계에 보여주려 했지만, 회담이 보류된 데 이어 대러 제재까지 발표되면서 연이은 타격을 입었다. 집권당 출신이지만 반정부 운동 구심점으로 부상한 페테르 머저르의 공세가 거세지는 가운데, 에너지 가격과 물가를 잡지 못하면 총선 패배는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오르반 총리는 상명하달식 ‘톱다운 외교’를 선호하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친분 외교를 내세울 가능성이 크다. ‘친푸틴’ 성향의 그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전부터 미국을 찾아 관계를 다져왔으며 그간 미국과 러시아 사이의 ‘중재자’를 자처해왔다.
    최근에는 EU 내 반(反)우크라이나 연대를 조성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폴리티코 유럽판은 28일 오르반 총리의 수석 정치 고문인 발라즈 오르반의 발언을 인용해 헝가리가 체코·슬로바키아와 함께 EU 내에서 우크라이나 지원에 회의적인 동맹을 형성하려 한다고 전했다. 그는 헝가리·체코·슬로바키아·폴란드로 구성됐던, 이른바 ‘비셰그라드 4개국(V4)’을 언급하며 “난민 위기 때 긴밀히 협력한 경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침공 이후 폴란드가 강경한 반러 노선으로 돌아선 만큼 이번에는 세 나라 중심의 새로운 연대가 재편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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